2025년 인생 회고: 길을 잃은 채로, 서른을 지나며
정답이 있는 문제인지 모르겠다
요즘은 내가 풀고 있는 문제가 정답이 있는 문제인지, 아니면 애초에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지 않는 문제인지 자주 헷갈린다. 한동안은 그런 의심조차 하지 않았다. 해야 할 일을 하고, 눈앞의 마감을 넘기고, 다음 일을 기다리면 된다고 생각했다. 열심히 사는 것이 곧 잘 사는 것이라고 믿었고, 그 믿음에 크게 흔들림은 없었다.

열심히 살면, 생각하지 않아도 된다
그러다 다니던 회사가 조용히 무너졌다. 특별한 사건이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어느 순간부터 월급이 멈췄고, 앞으로에 대한 이야기가 자연스럽게 사라졌다. 그 일을 겪으면서 처음으로 이런 생각이 들었다.
“혹시 나는 열심히 산 게 아니라, 아무 생각 없이 달려온 건 아닐까?”
정해진 역할과 목표가 있는 동안에는 속도만 유지하면 되었고, 방향에 대해서는 굳이 고민하지 않아도 됐다.
멈춰 서서야 보이는 것들
그 구조가 사라졌을 때 나는 비로소 멈춰 섰다. 그리고 내가 어디로 가고 있었는지, 애초에 목적지라는 것이 있었는지조차 분명하지 않았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다시 일을 시작했고, 이번에는 쉼 없이 굴러가는 환경에 놓였다. 하루는 빠르게 지나갔고, 일주일은 압축된 것처럼 사라졌다. 겉으로 보기에는 문제가 없었다. 성과는 쌓였고, 능력은 계속해서 쓰이고 있었다.

마지막 기회인지, 이미 늦은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숨을 고르는 순간마다 같은 질문이 떠올랐다. 이 속도를 계속 유지하는 것이 맞는지, 지금 멈추는 것이 마지막 기회인지, 아니면 이미 늦어버린 것은 아닌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서른이라는 나이는 그런 질문을 더 어렵게 만든다. 아직은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말과 이제는 신중해야 한다는 말이 동시에 들리고, 어느 쪽도 완전히 틀린 말처럼 느껴지지 않는다.
균형 위에 서 있는 기분
그래서 지금의 나는 확실한 도약도, 완벽한 안착도 아닌 어정쩡한 균형 위에 서 있는 기분이다. 움직이지 않으면 기회가 지나갈 것 같고, 너무 빨리 움직이면 무모해 보일 것 같아 한 발을 떼는 일조차 조심스러워진다. 길을 잃었다는 감각은 어디로 가야 할지 모르겠다는 의미라기보다는, 어디에도 확신이 없는 상태에 더 가깝다.
이 글이 맞는지도 모르겠다
이 글을 쓰면서도 계속 망설였다. 너무 추상적인 이야기가 아닌지, 다른 사람들의 회고처럼 조금 더 분명한 사건과 결론을 담아야 하는 것은 아닌지 자꾸 생각하게 됐다. 어디까지가 인생 회고이고 어디부터가 직업에 대한 이야기인지 그 경계도 흐릿하게 느껴졌다. 구체적인 선택과 결과를 지금 여기서 말해야 하는지, 아니면 다음 글로 남겨도 되는지 확신할 수 없었다.
중간 기록으로 남긴다
다만 분명한 것은 지금의 나는 모든 것이 정리된 상태에서 이 글을 쓰고 있지 않다는 사실이다. 판단은 아직 끝나지 않았고, 선택의 결과도 도착하지 않았다. 그래서 이 회고는 완성된 이야기가 아니라 중간 기록에 가깝다. 정리된 생각보다 정리되지 않은 상태가 지금의 나를 더 정확하게 보여준다고 느꼈고, 그 감각을 그대로 남겨두고 싶었다.

확신 없이, 멈추지 않으며
정답이 있는지는 여전히 모르겠다. 이런 삶에 정답이라는 것이 존재하는지도 확신할 수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은 멈추지 않고, 아무것도 결정하지 않아도 내일은 온다. 그래서 나는 잘 모르겠는 상태로 다음 날을 준비한다. 확신은 없지만 완전히 멈추지는 않은 채로, 서른의 끝에서 지금 이 정도의 말만 할 수 있는 사람으로서 이 글을 남긴다.